Park Miyoung

바람이 분다
2019-10-03 ~ 2019-10-25

박미영의 ‘바람’으로부터

미술비평 김영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왔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근원적으로 자연을 동경한다. 이것은 순리이며 진리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 순간도 자연을 떠나 살 수 없으며 극복할 수 도, 외면할 수도 없다. 인간이 만든 문명과 문화가 위대하다해도 자연 앞에서 미물처럼 되어버리는 것, 인간의 역사가 장구하다 해도 자연의 시간 앞에서는 촌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어머니의 품처럼 바라본다. 자연은 우리에게 근원으로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자연은 우리의 어떠한 대상도 아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이 순간 자연을 만날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자연은 늘 ‘풍경’으로, 때로는 ‘개념’으로 구성해놓은 자연일 뿐이다. 정말 생생한 자연 그 자체는 만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절대자의 모습으로 있으니까.

이러한 표현은 단순히 감성을 자극하는 관념적인 서사가 아니다. 자연은 추상이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비유법도 결핍한 상태로 만든다. 황혼 무렵의 하늘빛을 우리는 재현할 수도 형언할 수도 없다. 바다의 호흡을 우리는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우리는 단지 바람결을 타고 오는 자연의 냄새를 통해 가냘프게 그것을 감지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연 앞에서 무력해지지만 그것을 그리워한다.

박미영은 그런 자연을 그렸다. 아니 자연을 그저 더듬고만 있다. 그의 캔버스에는 바람에 실려 오는, 그것의 냄새를 기억하려는 상처들만 무성하다. 화폭에는 자신의 생채기만이 남았다. 잔잔한 물결은 어느덧 바람이 되고 그 바람에 맞선 들풀은 냄새를 더듬는 자신이 된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