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deok hyun

강덕현 개인전
2018-11-23 ~ 2018-12-13


강덕현 작가는 누구나 편안하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놀이터, 길거리, 다리 밑 등에서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먼저 친숙하게 다가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어로 <카인 스트레스 코믹>(kein stress comic) 즉 ‘스트레스 없는 만화’로 작품 주제에서 엿보이듯이 만화나 동화, 웹툰 속 캐릭터, 영웅들을 이미지를 차용해 어린 시절의 판타지와 기억을 대입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강덕현 작가의 어린 시절 판타지이자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각자 고유의 동심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강덕현 작가는 에나멜페인트를 놀이하듯 붓으로 휘두르며 흩뿌립니다. 이러한 거침없이 자유로운 표현이 작품을 한층 더 익살스럽고 순수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어릴 적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던 영웅이자 현재의 우리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강덕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전시가 되길 기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가노트]

과거여행자
어렸을 적 우리 집 텔레비전에는 케이블 방송이 안 나왔다. 그 당시 나의 기억으로는 12개의 유선 채널과 그 외 알 수 없는 해적 채널들이 전부였던 것 같다. 해적 채널 중 한 채널에서는 아침부터 다음날 이전까지 옛날 만화 영화를 반복해서 틀어주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언제까지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만화영화는 항상 나를 마주 보고 친구처럼 앉아 있었다. 만화 영화 속 세상은 화려했고 특별했다. 힘이 세고 멋진 주인공, 거대한 로봇, 무서운 악당들,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던 나는 그 세상을 동경했다. 나도 그들처럼 멋지게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싶었다. 장난감 가면을 쓰고 플라스틱 칼을 휘두를 때면 나는 마시나마 그들이 된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세상이 우리 동네, 우리나라 밖 어딘가에는 존재할 거라 믿었다.

사춘기 시절 나의 판타지가 부끄러웠다. 유치하고 철없어 보였다. 주변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며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하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 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판타지도 나의 서랍에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렇게 나는 붓을 페인트에 찍어 뿌리면서 조심스럽게 서랍 속에서 묵은 나의 판타지를 다시 꺼냈다. 먼지를 조금 털어내자 여전히 빛나고 특별했다. 장난감 칼을 휘두르듯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렸다. 어렸을 적 뜬 눈으로 밤새 만화영화를 보며 동경 했던 판타지들이 다시금 캔버스 위로 살아났다.

-강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