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hyungjin

We are buddy-buddy : 단짝
2018-08-24 ~ 2018-09-14



작가노트
‘단짝-우정, 사랑, 행복, 행운’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캔버스 페인팅 작업과 함께 내작업의 컨셉과 맞아 떨어지는 색다른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숨바꼭질’이나 ‘잘 자라라’ 시리즈같이 있다가 없어지거나 점점 변하는 것 혹은 ‘무엇이 보이니? 무엇을 보았니?’ 시리즈처럼 어른과 아이의 시선 높이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장면이 보이도록 연출해야하는 등 작품의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렌티큘러판 (lenticular screen, ─板)을 사용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몇 해 전부터 그려온 ‘단짝’시리즈의 우정, 사랑, 행복, 행운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밝을 때 빛을 흡수했다가 어두울 때 발산시키는 ‘축광안료( phosphorescent pigments, 蓄光顔料)’를 사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축광안료’는 밝은 낮 시간이 지나고 어두운 밤이 되면 안료를 바른 부분만 선명하게 보이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안보이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을 염두해 두었다.

예를 들면, 아이와 강아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장면.

얼핏 보면 그냥 두 손을 마주 잡고 있지만, 불빛이 사라지면 아이와 강아지 모두가 안보이게 되고 그 둘의 감정상태를 의미하는 조그마한 하트만 반짝이며 남게 된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하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빛을 잃어 안보이게 되었다가, 다시 날이 밝아져 아이와 강아지가 모두 보이게 될 때, 또 다시 빛을 모으며 반짝일 준비를 한다.

일상 속의 우정, 사랑, 행복, 행운 이런 감정들도 이 축광안료를 바른 반짝이는 이미지들처럼 때로는 좀 유치하기도하지만, 문득 진한 감동을 주기도하고, 시간이지나 변하거나 사라지게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세상이 모두 잠든 사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소중한 감성들이 쨘~ 나 여기 있었어! 하며 반짝반짝!! 비로소 우리의 눈과 마음에 보이게 된다.

2018 박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