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Dae-hong

그림소설 프로젝트 1.0 (Graphic Novel Project)
2015-10-27 ~ 2015-11-10

그림소설 프로젝트 1.0 (Graphic novel project)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두 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택시기사가 되어 손님이 가자고 하는 곳까지 차를 몰고 다니며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만화가가 되어 내가 만든 세상을 거닐어 보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것들과 약간 먼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각예술가가 되어있지만, 예술 프로젝트를 핑계로 여러 다른 나라의 도시를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던 덕에 ‘직업을 통한 방랑’이라는 택시기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조금씩 실현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예전의 남은 하나의 꿈, 만화가가 한 번 되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러면 어렸을 때의 꿈을 모두 이루어 보는 것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림소설 프로젝트이다. 그림을 그리기도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대부분 그림을 그릴 때는 경제적 동기로 시작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았지만, 하나 꼭 하고 싶은 것은 모자이크처럼 떠오른 이미지를 모아 공상과학, 수필, 판타지, 다큐멘터리 등의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 약간 이상한 그림소설로 다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예전에 꿈꾸던 만화가와는 조금은 다른 만화가가 되어.

한 사람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억은 그리 정교하지도 않고, 매번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에 정체성이라는 게 참으로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 그림소설도 그런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갈 것이다. 전시장에서 각기 다른 크기의 조그마한 나의 그림을 보는 관객도 역시, 그림들 사이의 서술이 끊어진 부분을 각자의 상상력으로 메꾸어진 자신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김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