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

사타 개인전
2012-12-01 ~ 2012-12-13

SaTARK
STARK +sata

학교 앞에서 샀던 병아리 다섯마리, 덤으로 받은 두마리
도합 일곱 마리를 나의 분신처럼 키웠습니다.

근사한 닭을 기대했지만 노오란 그 상태로 커지는 모습을 보며
두려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지요.

어느 날 한마리가 목이 잘린채 집에온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범인은 족제비

저는 더욱 몰입하여 병아리들을 경호하였습니다.
공부와 집은 뒷전이었지요.

다시 어느 토요일 친구집서 놀다온 저녁
집에 병아리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헤매이다 막 저녁상을 차리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병아리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떼를 쓰며 재촉하자 옆에 있는 삼촌이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 있다 하였습니다.
국그릇 속이었습니다.

그 날부터 거의 삼일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이틀정도 학교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행동에 또 죽도록 혼났습니다.
건성이었지만 사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병아리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닭은 나에게 껄끄러운 대상이었고 공포였습니다.
그들을 지켜내지 못한 점,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점, 사람들에 대한 원망
내손으로 이룬 가정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내내 닭과 나의 기억과 화해하지 못하고 피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스물여섯 살 때 까지 닭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기일, 육적으로 쓰이던 통닭을 잘못 주문해 도착한 후라이드를
모르고 먹은 뒤 닭이 이렇게 맛있었구나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십년 동안 스스로 쇠뇌 시키면서 견고하게 쌓았던 두려움의 벽은 공기보다 가볍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알고 지니게 되는 마음은 언제 어떻게 부수어 질지 모릅니다.
세상에 처음일 때 마음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경험을 만나게 됩니다.
경험에 대한 반응과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
제가 몰랐던 점은 경험과 감정의 중심에는 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자라지 못하고 운명한 닭들을 위한 천도재 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 기억을 더듬으며 만남부터 헤어져 그리워 하는 현재까지 그들과 내가 있습니다.

멋지게 모두 자라나 완전체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아직 덜자란 불완전체인 저와 이리저리 놀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