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Young Sik

달에게 길을 묻다
2012-12-14 ~ 2012-12-28

달에게 길을 묻다
이전의 작업에서 그려진 달은 심심하고 허전해서 그려 넣은 악세사리 같은 달이었다면 지금의 달은 화면의 중심에서 바라 본 산수풍경의 달이다. 그래서 달이 산과 물, 정자와 꽃 등 모든 소재들과 인과관계를 유지하며 움직임을 주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산의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실경에서 보여 지는 사실풍경이 아니라 내가 꿈속에서 바라보고 거닌 몽환적 산수풍경과 지금까지 여행하며 보고 그려왔던 실경산수의 모습과 옛 그림을 감상하고 얻어진 경험들을 함께 표현한 진경산수(眞景山水)이다.
근경의 산을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달빛에 반사되는 느낌을 극대화 시켰으며 주봉의 산세나 계곡의 폭포와 강이 강조되는 효과를 주었다. 산은 큰 능선과 작은 산세들로 세밀하게 묘사하였는데, 이는 산의 장엄함과 빼어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단색 톤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색으로 중첩된 점을 무수히 찍고 지우기를 반복하였다.
보름달의 달빛! 특히 비 온 뒤 월색은 선명하고 더욱 아름답다. 먼 산의 능선 위에 떠 있는 둥근 달과 여행길을 동행 할 때면 문득 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에게 내가 찾고자하는 무릉도원(파라다이스)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물을 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은 내가 그린 산수풍경 속 어디엔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내가 몽유도를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 김 영 식